박선우
'이제부터 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지 정해야 할거에요.' 가상세계를 인지할 수 있기에 그것을 허상으로도 부르는 것처럼 현실세계 또한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무엇으로도 부를 수 있을까. 메타버스가 활성화된 세상,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형성하는 관계는 어떤 형태를 띄는가. 진정성의 상실에 낡은 갈증을 느끼는 남자가 있다. 항상 공허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그는 타인의 존재에 의존한다. 그들과 의 더 많은 교류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지만 그러한 그의 행동은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다. 어느날 그 앞에 나타난 미상의 붉은머리 여자. 남자가 느끼는 공허함은 믿음의 영역이라는 말과 아리송한 질문들을 던진 뒤 홀연히 사라진다.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는 그녀와의 만남을 상기하며 또 다시 타인을 갈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. 실재와 타인을 향한 갈망, 믿음과 존재에 관해서.